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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후기

내가 가 본 화운사, 템플스테이 후기

by oculis 2025. 3. 17.

템플스테이

형의 추천으로 템플스테이를 다녀왔다. 집 근처 용인시의 한적한 차도를 지나, 언덕을 넘어 화운사로 향했다. 마치 새로운 세계가 나를 받아들이듯, 외지인의 낯선 시선을 도심 속 숨겨진 사찰이 받아주었다.
 

 
템플스테이는 주로 2,30대 여성이 많이 참여한다고 하는데, 참석한 4명은 일행도 없고, 템플스테이도 처음인 남성이었다. 화운사 사상 처음이라고 스님께서 메모에 "특이한 일이 일어났다"라고 작성하셨다고 한다. 여튼 나는 조용해서 좋았다.
 
1일차는 일정 설명, 저녁식사 (불교용어로 공양), 저녁 예불, 108배와 108염주 만들기를 한다. 2일차는 새벽예불, 아침식사, 아침산책, 스님과의 차담, 청소 후 귀가를 한다. 식사를 제외하고 거의 자율이지만 최대한 참석해보면 좋은 경험이 된다.


존재하지 않는 진리를 찾아가라

 
새로운 문화를 접하기 전에 최소한의 조사를 해보고 싶어 나무위키 불교 페이지를 읽어보았다. 탐진치,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을 피하라는 것이다. 동시에 익숙함에 취하면 언젠가 그 익숙함은 무너지므로, 가진 것을 잃었을 때 혼란스러워 한다는 것 , 결점 없는 진리를 찾지도 인정하지도 말라는 것이 핵심 가르침인 것 같았다. 매력적이었다.
 
나는 진리를 찾아 헤매며 공부했다. 배움은 부족한 나에게 성장과 발전을 주었고 나를 끝없이 변화시켰다. 이 변화와 성장을 진리라 생각해 더 깊이, 많이 공부했다. 하지만 내가 찾던 진리는 동적인 "행" 에 있었다. 정적인 지위나 상태에 있지 않았다. 공부의 결과가 곧 지위나 상태가 된다면, 그리고 내가 그것을 찾고 있었다면, 그것은 결점 없는 진리를 찾는 것이자 내가 좋다는 것에 익숙해진 것이었다.
 
대화가 필요했다.


수행자와 대화하기

매 주 2회 진행되는 외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듯, 스님과의 대화의 기회는 많지 않았다. 사찰의 수행과정에 동참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주를 이루었고, 2일차 아침에 잠깐 스님과의 차담 시간이 있었다.
 
수행자와 대화를 하고 싶었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걷고 꾸준히 행하는 것에 괴로움이 없는지, 그 괴로움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묻고 싶었다. 그래서 조심스레 내 얘기를 꺼냈다. 그러자 스님이 질문을 주셨다.

Q.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가요

 
A. 길거리에 널린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예전에는 돈을 많이 벌고 싶었고, 몇 년 전에는 사람을 살리고 싶었다면, 이제는 그냥 평범한, 아주 지극히 중간에 묻히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런 질문을 드렸다.

Q. 배움에서 얻은 것이 정말 많았습니다. 하지만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그것을 지속하는 것이 너무 괴로워, 돌아가면 다시 공부를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평범함을 가장 원하고 있으나 다시 평범해질 수는 없습니다. 이 괴로움은 수행에서 얻는 괴로움과 비슷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결해오셨습니까?

 
A. 맞는 길 (옳음과 좋아함을 모두 의미) 을 선택해야 합니다. 나는 출가를 할 때 배운 불교를 받아들이고 나를 믿음으로서 수행하고 있습니다. 불교에도 출가를 번복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길이라면 괴로움이 있을 수가 없죠.

Q. 저는 제 자식이 저와 같은 길을 걷는다면 말리고 싶습니다. 저는 공부를 강제로 한 것이 아니라서, 늘 저의 부족함을 극복해야 했습니다. 그것은 제가 살아온 과정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제 자식에게 스스로를 부정하는 삶을 안겨주고 싶지 않습니다.

 
A. 맞는 길을 선택했다면 일단 가야 합니다. 먼 미래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것은 성격이고 습관입니다. 미래를 생각하며 현재를 소홀히 하면 결국 걱정하는 미래대로 살게 됩니다.
 
기억나는 부분은 이 정도인데, 마지막 질문을 듣고 집에 와서 내용을 더 찾아보았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라는 말이 있다. 관념을 찾아 헤매기 전,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었다. 하지만 관념을 찾아 헤매게 된 후,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해탈의 경지에 이르니 다시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었다고 한다. 고정된 현상을 다르게 보는 것은 관념에 대한 집착이다. 집착을 버리면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다. 관념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라는 것이다. 그것이 스님께서 내게 해주려던 말씀인 것 같다.
 
불교는 아주 솔직한 종교라서 인간의 나약한 감정을 자주 다룬다. 사람의 고통은 주로 이 나약한 감정에서 시작하는 것이라 스님은 대부분의 문제를 이해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을 잘 하셨다.


귀가

사찰을 나왔다. 긴 통로를 지나 다시 입구에 왔다. 방금까지 대화를 나눈 스님은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길을 지나오니 흙길은 없고 아스팔트 도로와 보도블럭이 보였다. 이질감이 들었다. 내가 잠깐 머무른 것들은 찰나의 꿈처럼 나를 지나갔다. 떠나오는 과정까지도 마치 가르침을 얻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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