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담/인생공부

06. 반짝 스타, 느림의 미학

by oculis 2024. 5. 22.

1. 유튜버

유튜버는 이렇게 탄생했다. 2010년대, 인터넷 방송은 매년 연례행사처럼 뉴스거리가 되던 음지의 서브컬쳐였다. 도무지 변할 것 같지 않던 판은 유튜브라는 거대 플랫폼이 도입되며 하나의 대국민적 문화가 되었다. 이전에는 TV방송인과 다른 세상에 있던 인터넷 방송인이라는 직업은 201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경계를 허물고 융화되었고, 이제는 하나의 문화예술인의 형태로 자리잡았다. 그 배경에는 다수의 소비자가 내놓는 통제할 수 없는 의견의 갈래와 그런 엄격함 속에서도 끊이지 않는 매력적인 근무 형태가 있었다.

 

유튜버는 기존 직업의 틀을 깨는 새로운 작업환경을 제공한다. 풀 재택, 유연 근무, 시간과 장소에 상관 없이 다수의 대중 혹은 소수의 매니아를 만족시키는 컨텐츠가 경쟁력이 된다. 실적, 출퇴근, 투자, 상사, 연봉협상, 근무 환경까지 모든 구시대의 관습에서 자유롭다. 사실 개인사업이 대부분 유사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본 "내가 주식이라면"을 더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유튜버가 쉽다는 말이 아니다. 항상 말하듯 성장은 지수적이다. 제품이나 서비스, 매체마저도 한 사람이 주변인에게 전파하는 비율을 생각하면 이 일은 지수적인 성장을 하고, 초기에는 합이 아닌 곱의 성장을 하니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다. 대형 유튜버들도 처음에는 어려운 시간을 겪고 올라온 것일 거다. 그들의 노력이 있다면 그건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맞다. 올라온 만큼 져야할 책임이나 말의 무게, 일의 경중도 비교할 수 없다.


2. 말의 무게

장사의 신, 오킹, 피식대학, 김호중, 강형욱까지 연일 유명 스타들이 구설수에 오른다.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가시같은 세상의 웃음을 주었던 사람들이다. 사람들이 더 날카로운 화살을 만들어 그들에게 던지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의 컨텐츠에 긴 애정을 쏟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원래 큰 애정이 없다면 화도 안나는 법이다.

 

반짝스타라는 제목만 보면 나도 날카로운 화살을 만들어 그들에게 던져야 할 것 같지만, 이번에는 그들의 결과가 아닌 과정을 보고 싶다.

 

나는 인간 존재의 근원에 나약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약하지 않으면 인간이 아닌 기계인 것이다. 인간의 뛰어난 적응력은 그들이 늘 익숙함을 느끼게 하고, 익숙함은 실수를 유발한다. 200만원이던 월급이 500만원이 되면 어려웠던 외식이 익숙해지듯, 예전엔 어려웠던 사람도, 일도, 말도, 생각이나 결심도 쉬워지게 된다. 거기서 멈춰야 한다. 우리에겐 말의 무게가 있기 때문이다.

 

말의 무게는 무엇보다 무겁다. 순간의 결정은 모든 것을 바꾸고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게 만든다. 한때는 유명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사회생활을 하는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 같다. 한 개인이 속한 세상의 일의 방향은 이 결심과 말에서 비롯된다.

 

우린 모두가 나약하다. 이런 나약함이 실수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겉으로는 빠르게 달리는 기차에 몸을 실어도 내면에선 느긋한 거북이 한마리가 기어가고 있어야 한다. 요즘은 더욱 그러지 못하는 나에 대한 자기반성적인 생각이다.


3. 느림의 처방, 그리고 나

느림의 미학이라는 단어는 느긋함이 주는 긍정적인 면읕 강조하지만, 나는 '느림'의 특성상 느림의 처방이 더 맞는 표현이라 생각한다. 우리 모두에겐 느림의 처방이 필요하다. 빠르게 달리는 기차 위에서 숨을 고르고 나를 재정비하고 반성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최근 6개월은 꽤나 바쁘게 보냈다. 1년의 수능, 2년의 대학과 수능 병행, 4년의 대학까지 도합 7년의 지겨웠던 앉은뱅이 생활을 청산하는 마음으로, 한편으로는 지독했던 내 지난 고민들을 떨치고픈 마음으로 원없이 달렸다. (열심히를 열심히로 극복하는 것도 웃기긴 한데) 너무 많은 것을 배웠고, 내가 내 위치에서 해야할 말과 행동도 처음부터 다시 배웠다. 어디가서 나 이런 사람이요, 20대에 이런 일도 해요 하는 생각을 버리는게 가장 중요했다. 잘하는 것보다 더욱, 느낀바로는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일의 성공과 나의 인생 두 가지를 위해서.

 

느림의 처방으로 나를 최면해야 한다. 사실 이 모든 일은 먼지가 될 하나의 좋은 경험이라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를 포장하기 바쁘고 거만해지기 쉽다. 어렵지만 오직 사유인 것이다.


4. 별 너머의 먼지

언젠가는 같이 없어질 동시대 사람들과 좀 더 의미 있고 건강한 가치를 지켜가면서 살아가다가 '별 너머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

 

동그라미 재단에 안랩 지분을 출연하여 1,5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한 안철수 의원의 말이다. 이전 글에서 말했던 좋아하는 정치인 어록에 추가될 것만 같이 좋은 구절이다. 건강한 가치, 항상 그게 가장 어렵다. 모두에게 그게 가장 어렵다. 사람은 익숙해지기 때문에 그 초심을 지키는 것이 너무나도 어렵다. 내가 유튜버의 입장이라면 나는 같은 행동을 하지 않을 자신이 있나? 하면 나라도 그랬을 수 있겠다. 내가 그들에게 날카로운 화살을 던질 수 없는 이유다.

 

이런 나에게도, 한 순간의 실수로 너무 많은 길을 돌아가버린 유튜버들에게도 지금 필요한 건 잠시 내면에 거북이를 기르는 느림의 처방인 것 같다.

댓글